학원을 그만두고 나서, 나는 진짜로 사회에 나가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세상에 나를 내밀어보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없는 사람인지부터 깨닫게 됐다. 이번 글은 첫 취직과 일주일 만의 퇴사, 그리고 돈 한 푼 없이 어떻게 학원을 다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자서전] 이력서 100곳과 첫 좌절, 그리고 국비 학원 수많은 이력서와 첫 좌절](https://nuschool.cc/wp-content/uploads/2025/10/ja-jaep04.jpg)
고치고 또 고친 이력서
학원 강사님이 이력서 작성에 대한 코치를 해주었다.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했지만, 지금 다시 꺼내 보면 당장 휴지통으로 들어가야 할 수준의 이력서였다. 자격증도, 수상 경력도, 내세울 만한 활동도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고졸 학력으로 취업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여러 번 입사지원을 넣으면서 이력서를 계속 손봤다. 그렇게 100군데에 가깝게 문을 두드리는 동안, 이력서만 스무 번에서 서른 번은 갈아엎으며 업데이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작은 인터넷 쇼핑몰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기름 난로와 양은 주전자, 나의 첫 면접
면접이라는 걸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허름한 사무실에는 초등학교 때나 보던 기름 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엔 양은 주전자가 올라가 있었다. 분위기는 어두웠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환하고 최신 시설을 갖춘 사무실은 전혀 아니었다. 창고라고 해도 믿을 만큼 허름했다. 그래도 나는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첫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자 하나둘 일을 주기 시작했는데, 내가 기억하는 거라곤 정말 별것 아닌 디자인 수정 작업뿐이었다.
일주일 만에 빤스런
그렇게 일주일 뒤, 나는 그 회사를 그만뒀다. 내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고, 내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개발자를 양성하는 학원에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일주일 만에 박차고 나오긴 했지만, 막상 결심하고 나니 생활비와 학원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 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자. 재수, 삼수, 사수를 거치며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더 빨리 결정해야 했다.
돈 없이 학원 다니는 방법(도강 아님)
우선 ‘워크넷’에 구직자로 등록했다. 목적은 따로 있었다. 워크넷에서 국비지원 교육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잡코리아, 사람인에 올려뒀던 이력서는 전부 비공개로 돌렸다.
그러고는 며칠 동안 가장 저렴하면서도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아 헤맸다. 결국 100% 국비지원 학원을 찾아냈다. 집에서는 거리가 먼 영등포였지만, 어쨌든 공짜였다. 게다가 매달 16만 원씩 용돈까지 나왔다. 그래도 한 달 생활비로는 많이 부족했다. 모자란 부분은 부모님께 월 20만 원씩 추가로 지원을 받았다. 그때 내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된, 부모님의 700만 원
내가 안정적인 월급을 받게 된 서른 무렵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 용돈은 부모님이 보험사에서 10만 원, 20만 원씩 소액 대출을 받아 보태주신 돈이었다. 자식에게 월 10만 원조차 선뜻 내어줄 형편이 안 될 만큼,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그 사정을 자식에게 짐으로 지우고 싶지 않으셨던 거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날, 나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그 빚을 전부 갚아버렸다. 차곡차곡 쌓인 대출은 고작 700여만 원 정도였다. 내가 몇 달만 일하면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 어머니의 눈을 보면서 웃어 보였다. 다만, 눈물을 참아서였는지 목이 아팠다.
1년 4개월, 그리고 756만 원의 기록
국비지원 학원은 순서대로 이렇게 다녔다.
- 웹디자인 (4개월)
- JAVA 프로그래밍 (6개월)
- 정보 보안 (6개월)
총 1년 4개월 정도를 학원에서 보낸 셈이다. 숫자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총 학원비는 500만 원 정도였고, 국가에서 받은 용돈은 16만 원씩 4개월, 6개월, 6개월 해서 총 256만 원이었다. 국비 지원으로 약 440만 원을 충당했고, 내가 직접 부담한 비용은 60만 원이었다. 결국 1년 반 동안 학원을 다니며 쓴 돈은 756만 원. 학원비와 생활비를 다 합쳐, 평균적으로 매달 약 50만 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도, 그때 그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먹고살고 있다. 휴지통행 이력서를 들고 100군데를 두드리던 고졸 취준생이, 부모님의 보험 대출과 국비지원에 기대어 끝내 자기 밥벌이를 찾은 것이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순간들이 더 많지만, 나는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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