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이력서 100곳과 첫 좌절, 그리고 국비 학원

[자서전] 이력서 100곳과 첫 좌절, 그리고 국비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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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그만두고 나서, 나는 진짜로 사회에 나가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세상에 나를 내밀어보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없는 사람인지부터 깨닫게 됐다. 이번 글은 첫 취직과 일주일 만의 퇴사, 그리고 돈 한 푼 없이 어떻게 학원을 다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수많은 이력서와 첫 좌절
사진: Pexels / Markus Winkler

고치고 또 고친 이력서

학원 강사님이 이력서 작성에 대한 코치를 해주었다.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했지만, 지금 다시 꺼내 보면 당장 휴지통으로 들어가야 할 수준의 이력서였다. 자격증도, 수상 경력도, 내세울 만한 활동도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고졸 학력으로 취업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여러 번 입사지원을 넣으면서 이력서를 계속 손봤다. 그렇게 100군데에 가깝게 문을 두드리는 동안, 이력서만 스무 번에서 서른 번은 갈아엎으며 업데이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작은 인터넷 쇼핑몰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기름 난로와 양은 주전자, 나의 첫 면접

면접이라는 걸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허름한 사무실에는 초등학교 때나 보던 기름 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엔 양은 주전자가 올라가 있었다. 분위기는 어두웠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환하고 최신 시설을 갖춘 사무실은 전혀 아니었다. 창고라고 해도 믿을 만큼 허름했다. 그래도 나는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첫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자 하나둘 일을 주기 시작했는데, 내가 기억하는 거라곤 정말 별것 아닌 디자인 수정 작업뿐이었다.

일주일 만에 빤스런

그렇게 일주일 뒤, 나는 그 회사를 그만뒀다. 내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고, 내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개발자를 양성하는 학원에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일주일 만에 박차고 나오긴 했지만, 막상 결심하고 나니 생활비와 학원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 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자. 재수, 삼수, 사수를 거치며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더 빨리 결정해야 했다.

돈 없이 학원 다니는 방법(도강 아님)

우선 ‘워크넷’에 구직자로 등록했다. 목적은 따로 있었다. 워크넷에서 국비지원 교육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잡코리아, 사람인에 올려뒀던 이력서는 전부 비공개로 돌렸다.

그러고는 며칠 동안 가장 저렴하면서도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아 헤맸다. 결국 100% 국비지원 학원을 찾아냈다. 집에서는 거리가 먼 영등포였지만, 어쨌든 공짜였다. 게다가 매달 16만 원씩 용돈까지 나왔다. 그래도 한 달 생활비로는 많이 부족했다. 모자란 부분은 부모님께 월 20만 원씩 추가로 지원을 받았다. 그때 내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된, 부모님의 700만 원

내가 안정적인 월급을 받게 된 서른 무렵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 용돈은 부모님이 보험사에서 10만 원, 20만 원씩 소액 대출을 받아 보태주신 돈이었다. 자식에게 월 10만 원조차 선뜻 내어줄 형편이 안 될 만큼,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그 사정을 자식에게 짐으로 지우고 싶지 않으셨던 거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날, 나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그 빚을 전부 갚아버렸다. 차곡차곡 쌓인 대출은 고작 700여만 원 정도였다. 내가 몇 달만 일하면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 어머니의 눈을 보면서 웃어 보였다. 다만, 눈물을 참아서였는지 목이 아팠다.

1년 4개월, 그리고 756만 원의 기록

국비지원 학원은 순서대로 이렇게 다녔다.

  1. 웹디자인 (4개월)
  2. JAVA 프로그래밍 (6개월)
  3. 정보 보안 (6개월)

총 1년 4개월 정도를 학원에서 보낸 셈이다. 숫자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총 학원비는 500만 원 정도였고, 국가에서 받은 용돈은 16만 원씩 4개월, 6개월, 6개월 해서 총 256만 원이었다. 국비 지원으로 약 440만 원을 충당했고, 내가 직접 부담한 비용은 60만 원이었다. 결국 1년 반 동안 학원을 다니며 쓴 돈은 756만 원. 학원비와 생활비를 다 합쳐, 평균적으로 매달 약 50만 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도, 그때 그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먹고살고 있다. 휴지통행 이력서를 들고 100군데를 두드리던 고졸 취준생이, 부모님의 보험 대출과 국비지원에 기대어 끝내 자기 밥벌이를 찾은 것이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순간들이 더 많지만, 나는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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