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성공한 듯 보였지만, 우울증 — 아무도 몰라준 무너짐

[자서전] 성공한 듯 보였지만, 우울증 — 아무도 몰라준 무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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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성공했다”고 했다. 사수생 고졸이 대학원에 들어가고, 대기업까지 들어갔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모두가 박수를 쳐주는 그 시기에, 정작 내 속은 천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성공, 속으로는 우울
사진: Pexels / Klaus Nielsen

남들 눈엔 성공, 내 속은 벌 받는 기분

주변 사람들이 나의 성공 스토리에 응원을 보내주었다. 고생 끝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정말 잘됐다고. 나도 처음엔 그 말이 좋았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였으니까.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보상이 너무 미미했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보상이 아니라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분명 올라가는 계단을 한 칸 한 칸 밟아왔는데, 막상 올라서고 보니 내가 기대했던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받는데, 속으로는 ‘이게 정말 내가 그렇게 바라던 자리가 맞나?’ 하는 의문만 커져갔다.

이 괴리감이 무서운 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성공했다는 사람이 힘들다고 하면 누가 곧이곧대로 들어주겠는가. 그래서 나는 웃는 얼굴 뒤에 점점 혼자가 되어갔다.

집의 벽이 무너지고, 가족이 흔들리다

안 좋은 일은 왜 꼭 겹쳐서 오는 걸까. 그 무렵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의 벽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기 직전까지 균열이 심했다. 이미 오래된 집이었고, 금이 간 지도 오래였다. 그리고 그 균열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묘하게도 딱 그때, 내 멘탈에도 똑같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 구청에 계속 재건축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는 신고하지 않고 재건축을 하기로 결심하셨다. 다른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살아야 하는 집이 무너지게 생겼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재건축 도중에 불법 건물로 신고를 당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절차를 밟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살기 위해 집을 지었는데, 법은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가혹했다. 그 일로 우리 가족 모두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렇게 화목하던 가족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의 균열이 곧 가족의 균열로, 그리고 내 마음의 균열로 번져갔다.

살얼음판 위를 걷던 시간

당시 나는 그냥 이 모든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해결책은 없었다. 결국 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곪으니 사람부터 밀어냈다. 친구와도 가족과도 자주 부딪쳤고 싸웠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 내 멘탈은 얇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정작 그 안에 있을 때는 내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잘 느끼지 못했다. 그게 더 무서운 일이다.

혼자 버틸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는지, 심리 상담도 받아보았다. 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상담이 나빴다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 — 돈 문제, 집 문제, 가족 문제 — 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마음만 다독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담실 문을 나서면 현실은 똑같이 거기 있었다.

결국 모든 화살은 “돈”으로

시간이 갈수록 두 가지 피해의식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나는 노력한 만큼 받지 못하는 연봉에 대한 피해의식, 다른 하나는 불법 재건축 문제로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피해의식이었다. 두 감정은 서로를 부추기며 나를 점점 더 좁은 구석으로 몰아갔다.

그러다 결국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돈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 결론이지만, 그때의 나에겐 그게 가장 현실적인 출구처럼 보였다. 마음을 치료받아도 안 되고, 사람에게 기대도 안 되니, 남은 건 결국 돈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생각이 계기가 되어, 나는 본업 외의 부수입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의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누구보다 외로웠다. 남들 눈엔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우울이라는 건 그렇게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 박수 소리 한가운데에서도.

그 시절을 다 통과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무너지던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 시작한 작은 고민과 공부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니까. 물론 그 당시의 나에게 “다 지나간다”고 말해줘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살얼음판 같던 시간도 결국 지나갔고, 나는 어떻게든 다음 계단으로 발을 옮겼다고. 혹시 지금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말 한마디만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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