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시장에서 “AI가 신입을 대체할 것이다”라는 말이 회자된 지 꽤 됐다. 실제로 일부 테크 기업들이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이 불안은 현실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AI가 모든 신입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업무와 특정 유형의 지원자를 걸러낸다는 것이다. 이 글은 그 구분을 명확히 하고, 신입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정리한다.
AI가 실제로 줄이는 것은 ‘반복형 신입 업무’다
먼저 오해를 풀어야 한다. AI가 신입 채용을 줄인다는 주장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줄어드는 것은 특정 유형의 역할이다. 정형화된 데이터 정리, 간단한 보고서 초안 작성, 반복적인 코드 테스트, 정해진 양식에 따른 문서 처리 등, 이전에는 신입이나 인턴이 맡던 업무들이 AI 도구로 대체되고 있다.
반면, 상황을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다른 사람과 협업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인원을 줄이는 영역은 ‘도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도구만 쓸 줄 아는 사람’이 필요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에게 요구하는 기대치가 올라간 것이지, 신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무섭다”는 막연한 공포보다 “내가 지금 준비하는 역량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인가”를 묻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신입에게 요구하는 기대치가 바뀌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신입에게 기대하는 것은 비교적 명확했다. 기본 소양을 갖추고 성실히 배우겠다는 태도, 그리고 기초 직무 역량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많은 기업이 신입에게도 즉각적인 기여 가능성을 본다. 입사 후 몇 달 동안 온보딩만 받는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뒤집으면 기회이기도 하다. 즉각적인 기여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신입이라면, 오히려 이전보다 빠르게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즉각적인 기여’를 어떻게 증명하느냐다. 스펙이 아니라 실제 작업물과 사고 방식이 기준이 된다.
채용 담당자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포트폴리오나 프로젝트 경험보다, 이 사람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고 싶다”이다. 기술 스펙이 같다면, 문제를 구조화하고 해결 방향을 제안하는 능력이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AI 도구를 ‘쓸 줄 아는 것’과 ‘잘 쓰는 것’은 다르다
많은 취업 준비생이 “ChatGPT 사용 가능”을 이력서에 적는다. 이제 이것은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AI 도구를 활용해 실제 업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느냐다.
예를 들어, 마케터 지망생이라면 단순히 “AI로 카피를 썼다”가 아니라, AI로 여러 카피 초안을 뽑고, 타깃 독자 특성에 맞춰 직접 선별하고 수정한 다음, A/B 테스트 결과를 분석한 경험이 있어야 의미 있다. 개발자 지망생이라면 AI 코드 생성을 활용해 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되, 코드의 취약점을 직접 검토하고 최적화한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도구다. 도구를 잘 쓴다는 것은 목적에 맞게, 한계를 알고, 결과를 검증하며 쓰는 것이다. 이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차별화가 가능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
추상적인 조언 대신,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방향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 실제 문제를 풀어라. 공모전, 사이드 프로젝트, 오픈 데이터 분석, 소규모 프리랜서 작업 등 어떤 형태든 좋다. 결과물이 없는 역량은 면접장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결과물이 작아도 괜찮다. 내가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 도메인 지식을 쌓아라.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가 특정 산업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패션 업계의 재고 관리 문제, 의료 현장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제조업의 품질 관리 프로세스 같은 것들은 해당 분야를 직접 경험하거나 깊이 공부한 사람만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다. 내가 가고 싶은 산업에 대해 남들보다 더 깊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다.
-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라. 글쓰기, 발표, 설득력 있는 요약 등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AI가 보완해주기 어렵다. AI가 초안을 쓰더라도, 최종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면접에서도, 실무에서도, 이 능력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 현직자와 연결하라. 인터넷 검색이나 AI로 알기 어려운 것이 있다.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사람을 뽑는지, 어디서 막히는지 같은 정보다. 현직자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 이 정보를 얻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다. 동문, 링크드인, 커뮤니티, 멘토링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라.
단기 스펙보다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AI 시대에 채용 시장이 바뀌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단기 스펙 나열보다 지원자의 방향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자격증 몇 개, 수료 과정 몇 개보다, 내가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고, 그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것은 단순히 자기소개서를 잘 쓰라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행동해온 흔적이 있어야 한다. 관련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었다면, 그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해 보라. 특정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그 문제를 데이터로 분석하거나 작은 실험을 해보라.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결과물과 배움이 쌓여 진짜 경쟁력이 된다.
채용 담당자는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이력서를 본다. 기억에 남는 지원자는 가장 스펙이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명확한 관심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제 행동을 보여준 사람이다.
불안을 에너지로 바꾸는 법
AI가 채용 시장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변화는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대기업 인프라에 들어가야만 쓸 수 있던 도구들이 이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신입이 개인 프로젝트에서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불안을 에너지로 바꾸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행동이다. 막연하게 AI가 무섭다고 느끼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를 정하라. 관심 있는 산업의 뉴스레터 하나를 구독하거나, 현직자 한 명에게 연락해보거나, 오픈 데이터로 간단한 분석을 시작해보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신입은 AI를 두려워하지 않는 신입이 아니다. AI를 자신의 도구로 삼아,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신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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