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IT 기업이나 금융사의 ‘공채 시즌’은 취업 준비생의 달력을 지배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의 대규모 공개 채용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방식이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카오, 라인, 그리고 여러 중견 SI·스타트업들이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거나 채용 규모 자체를 대폭 줄였다는 이야기가 업계 곳곳에서 들린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이 변화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취업·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달리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왜 대규모 공채가 줄어들고 있는가
대규모 공채 감소의 이유는 단순히 경기 탓만은 아니다.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 기업들이 ‘필요한 직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사람’을 원하게 됐다. 과거의 공채는 인재를 미리 확보한 뒤 내부에서 육성하는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온보딩 비용을 최소화하고 빠른 성과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채용 철학 자체가 바뀌었다. 둘째, AI 툴의 확산으로 일부 반복 업무가 줄면서 전체 개발 인력 수요 예측이 어려워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로 미리 뽑는 것보다 결원이 생기거나 새 프로젝트가 확정됐을 때 빠르게 충원하는 수시 방식이 리스크가 낮다. 셋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인건비를 ‘가변 비용’으로 관리하려는 경영층의 요구가 커졌다.
이 변화가 취업 준비생에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시즌’이 없어졌다는 것. 공채 시즌을 목표로 6개월을 집중 준비하는 방식으로는 타이밍 자체를 놓칠 수 있다. 수시 채용은 포지션이 열리는 순간 후보자 풀을 즉시 탐색하기 때문에,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를 잡기 어렵다.
수시·직무 중심 채용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수시 채용은 말 그대로 ‘직무 단위’로 움직인다. 백엔드 엔지니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ML 엔지니어, DevOps—각 포지션마다 요구 기술 스택과 경험 연차가 명시된다. 공채처럼 일반 역량(인·적성, 어학 점수, 스펙)으로 필터링하는 방식 대신, 포트폴리오·코딩 테스트·기술 인터뷰의 비중이 훨씬 높아진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내부 추천(레퍼럴)’의 힘이 커졌다는 점이다. 포지션이 열리면 채용 공고가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내부 추천으로 먼저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업계에 오래 있는 시니어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직할 때 잡보드보다 네트워크가 먼저”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상식이 됐다. 이는 신입·주니어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기술 수준이라면 이미 그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는 쪽이 유리한 구조다.
지금 당장 바꿔야 할 준비 방식
기존 공채 대비 방식과 수시 채용 대비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상시성’이다. 지원 의사가 없는 시점에도 자신의 역량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GitHub 프로필과 커밋 이력 정리: 채용 담당자와 기술 면접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GitHub다. 공개 레포지토리에는 README를 잘 작성하고, 개인 프로젝트라도 코드 품질과 구조를 설명할 수 있게 다듬어 두자. 커밋 메시지가 무의미한 “fix”, “update”로 가득하다면 지금이라도 정리할 가치가 있다.
-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항상 최신’으로: 공채 시즌에만 이력서를 꺼내 드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기술을 새로 익힐 때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반영한다. 6개월마다 한 번 전체 검토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 직무 JD(Job Description) 분석 습관: 지원하려는 회사나 유사 회사들의 JD를 주기적으로 살펴보며 내가 부족한 기술 스택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단순히 채용 공고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 역량을 분류하고 현재 수준과의 갭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 코딩 테스트 감각 유지: 수시 채용은 포지션이 열리면 빠르게 전형이 진행된다. 코딩 테스트 준비를 특정 시점에 몰아서 하면 감각이 무뎌진다. 주 2~3회, 플랫폼 한 문제씩 꾸준히 푸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다.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수시 채용의 숨겨진 채널이 되는 이유
앞서 레퍼럴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신입이나 주니어 개발자가 하루아침에 인맥을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정답은 단순하다. 지금 자신이 실제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작은 이슈라도 기여하거나, 기술 블로그에 자신이 해결한 문제를 기록하거나, 오프라인·온라인 스터디에서 발표를 자처하는 행동이 쌓이면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생긴다. 채용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본 적 있거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을 더 쉽게 떠올린다. 기술 블로그 글 하나가 몇 년 뒤 예상치 못한 기회로 이어지는 경우는 업계에서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커뮤니티 활동은 ‘취업용’으로 억지로 하면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이 진짜 관심 있는 기술 영역의 커뮤니티 하나를 골라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훨씬 지속 가능하다. 좋아서 하는 활동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네트워크를 만든다.
직무 인터뷰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려면
수시 채용의 기술 인터뷰는 공채 인·적성과 달리 매우 직무 밀착적이다. 면접관은 대부분 함께 일하게 될 팀의 선임 혹은 매니저이고, 이들이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다. “이 사람이 지금 우리 팀에 들어와서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따라서 인터뷰 준비도 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준비는 ‘과거 프로젝트 경험을 문제-해결-결과 구조로 정리하는 것’이다. “어떤 기술 문제가 있었고, 내가 어떻게 접근했으며, 결과적으로 어떤 개선이 있었는지”를 구체적 수치나 사례와 함께 말할 수 있으면 추상적 답변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트래픽이 몇 배 늘었다거나 응답 속도가 몇 ms 줄었다는 식의 수치가 없어도 좋다. “레거시 코드를 리팩토링했더니 팀 내 온보딩 시간이 줄었다”처럼 정성적 결과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기술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수시 채용 인터뷰에서 면접관이 보고 싶은 것은 완벽한 지식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배워가는지에 대한 태도다. “잘 모르지만 이런 방향으로 접근해보겠다”는 답변이 엉뚱한 자신감보다 신뢰를 얻는다.
중장기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각: 직무 전문성을 쌓는 전략
수시·직무 중심 채용이 강화될수록 ‘어느 회사 출신’보다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포지셔닝이 중요해진다. 이는 단기 취업 전략이 아니라 3~5년 단위의 커리어 설계 문제다.
신입 시절에는 어느 분야든 빠르게 배우는 것이 우선이지만, 2~3년차 이후부터는 자신이 깊게 파고 싶은 영역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백엔드 중에서도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집중할 것인지, 분산 시스템 설계에 집중할 것인지, 보안에 집중할 것인지에 따라 이력서의 서사가 달라진다. 채용 시장에서 ‘특정 분야 전문가’로 읽히는 이력서와 ‘무난하게 다 할 수 있는 사람’의 이력서는 수시 채용에서 다르게 취급된다.
동시에 너무 좁은 영역에만 갇히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특정 프레임워크 하나만 잘 안다는 포지셔닝은 그 기술의 인기가 식으면 취약해진다. 깊이를 쌓되 근접 영역에 대한 기초 이해를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예컨대 백엔드 개발자라면 인프라(컨테이너·CI/CD)에 대한 기본 감각을 갖추고, 데이터 엔지니어라면 ML 파이프라인의 흐름을 이해하는 식이다.
마무리: 준비는 채용 시즌이 열릴 때가 아니라 지금부터
대규모 공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기회이기도 하다. 스펙과 점수로 일렬로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해결했는지가 더 직접적으로 평가받는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잘 된 사람에게는 더 공정하고, 더 자주, 더 다양한 채널로 기회가 열리는 구조다. 혼자서 이 흐름을 파악하고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면,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누스쿨의 커리어 커뮤니티와 멘토링을 통해 현직자의 시각으로 자신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지금 이 시장에서 실제로 통하는 전략을 찾아보길 권한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