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시험에 AI 도구 사용을 허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과 IT 기업에서 먼저 시작한 이 변화는 이제 제조·금융·컨설팅 등 전통 업종으로도 퍼지는 흐름이다. “ChatGPT를 열어둔 채 과제를 풀어도 됩니다”라는 안내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 변화는 단순히 시험 방식의 변경이 아니다. 기업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지원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왜 기업은 AI를 허용하기 시작했나
기업이 입사 시험에서 AI 사용을 허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실무가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식 노동자는 문서를 쓸 때, 데이터를 정리할 때, 코드를 작성할 때 AI 도구를 일상적으로 활용한다. 암기한 내용을 백지에 옮기는 능력이 업무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걸 채용 담당자들도 안다.
전통적인 필기 시험은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를 측정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과 AI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시대에 그 측정 방식은 한계를 드러낸다. 이제 기업은 “도구를 손에 쥐었을 때 얼마나 잘 생각하고, 결과물을 얼마나 잘 검증할 수 있는가”를 보고 싶어 한다. AI를 허용한 채 과제를 내주는 건, 그 판단 능력을 직접 관찰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이 방식은 지원자를 더 현실적인 상황에 놓는다. 실무에서 아무도 구글이나 AI를 쓰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일한다. 시험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평가하는가
AI 사용이 허용되면 변별력이 사라질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같은 도구를 주었을 때 결과물의 품질 차이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업이 실제로 보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 질문 설계 능력(프롬프팅): AI에게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진다. 맥락을 정확히 전달하고, 제약 조건을 명시하고, 목적에 맞는 형식을 요청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 검증 능력(팩트체킹): AI는 그럴듯하게 틀린다. 잘못된 수치, 존재하지 않는 법령, 왜곡된 사실을 자신감 있게 제시한다. 출력물을 그대로 제출하면 바로 들킨다. 교차 확인하고 오류를 잡아내는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
- 편집·통합 능력(종합 판단): AI가 생성한 초안을 맥락에 맞게 다듬고, 여러 출처의 정보를 일관된 논리로 연결하는 능력. 결국 사람의 판단과 편집이 최종 결과물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 세 가지는 모두 “AI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AI와 어떻게 일했느냐”를 보는 기준이다. AI를 켜두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암기 중심 준비가 통하지 않는 이유
많은 취업 준비생이 여전히 기출문제 암기, 용어 정의 외우기, 이론 체계 암기에 많은 시간을 쓴다. 물론 기본 지식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AI의 답변이 맞는지 틀렸는지도 판단할 수 없다. 기초는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는 기초 이상의 세부 지식을 ‘통째로 외우는’ 방식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직무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는 훈련이 암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AI 허용 시험에서는 특히 그렇다. 외운 것을 그대로 쓰는 사람과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하는 사람의 결과물은 전혀 다른 수준이 된다.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AI 도구를 처음 써보는 것과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프롬프트를 설계해보려 한다면 그 시간은 낭비에 가깝다. 꾸준한 실전 사용 경험이 시험에서도 자연스럽게 발휘된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준비 방법
추상적인 조언보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 직무 과제 시뮬레이션에 AI를 실제로 써보기: 지원하려는 직무에서 실제로 할 법한 과제를 설정하고, AI를 활용해 처음부터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연습. 예를 들어 마케터라면 특정 제품의 SNS 콘텐츠 기획안을, 기획자라면 시장 분석 초안을, 개발자라면 특정 기능의 설계 문서를 만들어본다.
- AI 출력물 팩트체킹 습관 들이기: AI가 제시하는 수치, 사례, 법률, 날짜를 공식 출처(정부 사이트, 논문, 언론 보도 원문)와 대조하는 루틴을 만든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금방 감이 생긴다.
- 프롬프트 로그 남기기: 같은 결과물을 다른 프롬프트로 시도해보고, 어떤 질문이 더 나은 답을 이끌어냈는지 비교하는 메모를 남긴다. 이 과정 자체가 면접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 된다.
- AI 결과물을 편집하는 연습: AI가 쓴 문장을 그대로 두지 말고, 대상 독자와 목적에 맞게 다시 쓰거나 구조를 재편하는 훈련. 원문보다 나아지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기준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 직무와 관련된 기본 개념 정확히 이해하기: 마케팅이라면 CAC·LTV·퍼널의 실제 의미, 개발이라면 데이터 구조의 기본 원리. 암기가 아니라 “왜 이 개념이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AI 허용 시험, 면접까지 이어지는 영향
AI 허용 시험은 입사 과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면접 단계에서도 “이 과제를 어떻게 작성했나요?”,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이 결과물에서 직접 판단한 부분은 어디인가요?”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제출한 결과물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드러난다.
반대로 생각하면, AI 활용 과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차별점이 된다. “처음에 이런 프롬프트를 써봤는데 출력이 너무 일반적이어서, 조건을 이렇게 바꿨더니 훨씬 적합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실제 데이터와 달라서 제가 직접 수정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도구를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은 AI를 이용해 속이는 사람을 걸러내고 싶은 게 아니다. AI와 함께 더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은 것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준비의 시작이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더 큰 그림
입사 시험의 변화는 더 큰 흐름의 일부다. 지식을 보유하는 것보다 지식을 활용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 AI가 정보를 무한정 생성할 수 있는 시대에 “무엇을 알고 있는가”는 점점 덜 중요해진다. 대신 “어떻게 생각하는가”, “틀린 것을 어떻게 잡아내는가”, “복잡한 정보를 어떻게 정리해 전달하는가”가 핵심이 된다.
이것은 취업 준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사 후에도 계속 통하는 역량이다. 실제로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고, 출력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결론을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조직에서 점점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입사 시험이 그 역량을 미리 보여줄 기회가 된 셈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익히는 연습이 될 수 있다. 암기 노트를 줄이고, AI와 함께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쌓는 것, 그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준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누스쿨 커뮤니티에 들어오길 권한다. 현직 멘토들이 실제로 AI를 어떻게 활용해 일하는지, 직무별로 어떤 준비가 실질적으로 통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혼자 검색하며 방향을 잡기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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