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를 처음 공부하다 보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대체 어디까지 갖춰야 하나?”입니다. 장비 카탈로그를 펼치면 선택지가 너무 많고, 검색해 봐도 글마다 말이 다르죠. 누스쿨 “네트워크 입문” 시리즈의 0편인 이 글에서는 무언가를 직접 설치하기 전에, 인원 규모와 업무 특성에 따라 어떤 구성이 현실적인지부터 정리하고 이 시리즈가 예제로 삼는 환경을 소개합니다. 비전공으로 인프라·네트워크 직무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 판단 감각이 면접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네트워크관리사·정보처리기사를 공부 중이라면 시험에 나오는 VLAN·방화벽 개념을 실물로 만져보는 셈이기도 해요.
인원 규모별 권장 구성
10명 이하 — 공유기 수준으로 충분
일반 가정용 공유기 또는 소호(SOHO)용 장비로 충분합니다. 별도 방화벽이나 VLAN 분리가 없어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다만 공부 삼아 미리 경험해보고 싶거나, VPN이 필요하고 보안 요건이 있다면 이 단계에서도 OPNsense 도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홈랩으로 연습하기에 딱 좋은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10~100명 — 이 시리즈의 대상 환경
이 구간부터 네트워크 분리, 보안 정책, 중앙 관리의 필요성이 생깁니다. 직원망과 운영 서버를 같은 네트워크에 두면 보안 사고 시 피해 범위가 커집니다. 적절한 VLAN 분리와 방화벽 룰, 그리고 무선·스위치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컨트롤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픈소스 방화벽(OPNsense)과 표준 관리형 장비(TP-Link Omada)를 조합하면, 상용 UTM 어플라이언스가 라이선스로 묶어 파는 기능 대부분(방화벽·VLAN·VPN·IDS/IPS·리버스 프록시 등)을 추가 결제 없이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정확히 이 구간을 다룹니다.
100명 이상 또는 고가용성 필수 — 엔터프라이즈 장비 검토
수백 명 규모이거나, 무중단(이중화·자동 장애 절체)·전문 벤더 지원·특정 인증 요건이 필수라면 Cisco·Juniper·Fortinet 등 엔터프라이즈 장비가 현실적입니다. 가격은 높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는 영역이에요. 이 시리즈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여기서 익히는 개념(VLAN·라우팅·방화벽)은 그대로 이어지니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두면 됩니다.
규모는 숫자만으로 딱 잘리지 않습니다. 같은 인원이라도 운영 서버·외부 공개 서비스·여러 거점이 있으면 요구 수준이 올라갑니다. 이 시리즈의 예제 환경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구축하는 환경
이 시리즈는 약 60~70명 규모의 사무실을 가정한 예제 환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갑니다. 단순한 사무실 한 곳이 아니라, 메인 사무실과 외부 데이터센터(IDC) 성격의 두 거점을 같은 설계 원칙으로 표준화하고 VPN으로 묶는 시나리오입니다. 규모가 커 보여도 원리는 같아서, 노트북이나 미니 PC 한 대로 축소해 그대로 연습해볼 수 있어요.
핵심 장비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역할 | 장비 | 비고 |
|---|---|---|
| 라우터·방화벽 | OPNsense | Intel 서버(멀티 NIC) + ZFS Mirror |
| 백본 L2 스위치 | TP-Link Omada SG3452X | 48포트 + 4×10G SFP+, Standalone |
| PoE 스위치 | TP-Link Omada SG2210XMP-M2 | AP 전원·연결 |
| 무선 AP | TP-Link EAP660 HD ×4 + EAP653 ×1 | 약 90대 클라이언트 |
| 네트워크 컨트롤러 | Omada OC200 | 하드웨어 컨트롤러(AP·PoE 통합 관리) |
설계의 큰 줄기는 역할 분리입니다. L3(게이트웨이·라우팅·DHCP·NAT·방화벽)는 OPNsense가, L2(VLAN 태깅·포트·무선)는 Omada가 담당합니다. 그리고 백본 스위치는 안정성을 위해 Standalone으로 독립 운영하고, 여러 대인 AP와 PoE 스위치만 OC200 컨트롤러로 통합 관리합니다.
이 예제는 기존 상용 UTM 단일 방화벽 체계를 OPNsense로 무중단에 가깝게 전환하면서, 두 거점을 IPsec으로 묶고 9개 VLAN으로 망을 분리하는 전 과정을 단계별로 따라갑니다. 실무에서 한 번쯤 마주치는 “기존 방화벽 교체” 시나리오를 그대로 압축해둔 셈이에요.
VLAN 구성 계획
이 시리즈에서 구성하는 VLAN은 다음과 같습니다. VLAN ID는 앞자리=역할 / 뒷자리=위치(메인=10, IDC=20) 규칙으로 표준화해, 110이면 “운영+메인”, 920이면 “관리+IDC”로 한눈에 읽힙니다. 각각의 역할과 설정은 02·03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VLAN | 이름 | 위치 | 용도 |
|---|---|---|---|
| — | WAN | — | 인터넷 연결 (ISP) |
| — | LAN | 메인 | 기본 내부망 (OPNsense 관리·임시 작업 채널) |
| 110 | PRHQ | 메인 | 운영 서버망 |
| 210 | STG | 메인 | 검증(스테이징) 서버망 |
| 310 | DEV | 메인 | 개발 서버망 |
| 410 | USR | 메인 | 직원 업무망 |
| 510 | TEL | 메인 | 전화(VoIP)망 |
| 910 | MGHQ | 메인 | 네트워크 장비 관리망 |
| 120 | PRDC | IDC | 대고객 운영 서비스망 |
| 920 | MGDC | IDC | IDC 관리망 |
IDC에는 향후 외부 노출 분리용 DMZ(130)를 예약만 해두었습니다. 메인 거점 6개 VLAN은 백본 스위치 트렁크(48번 포트)로 OPNsense와 연결되고, 메인↔IDC는 관리망(910↔920)을 경유하는 IPsec으로 묶입니다.
예상 비용
장비 비용은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단일 사이트 기준 초기 구축 비용은 대략 200~400만 원 수준입니다. 이 시리즈처럼 두 거점에 운영 서버·다수 AP까지 갖추면 그보다 올라가지만, 그래도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무료라는 점입니다. OPNsense는 무료이고, 비용 대부분은 서버·스위치·AP 같은 하드웨어에 들어갑니다. 학습용이라면 중고 미니 PC 한 대로 시작해 부담을 더 줄일 수 있어요.
클라우드 기반 보안 솔루션(연간 수백만 원의 구독)과 비교하면, 3~5년 운영 시 총비용이 낮고 데이터를 사내에 보관할 수 있어 보안 통제권도 확보됩니다. 또 한 번 익혀두면 거점이 늘어도 같은 설계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이 예제의 두 거점 표준화가 그 예)도 장기적으로 큰 이점입니다.
시리즈 구성
이 시리즈는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 00. 어떤 규모가 필요한가? (이 글)
- 01. OPNsense란? (하드웨어 요건과 설치, Web UI 접속 전까지)
- 02. OPNsense 초기 설정 — Interface/VLAN
- 03. OPNsense 초기 설정 — DHCP와 방화벽 룰
- 04. OPNsense 초기 설정 — NAT·포트포워딩과 무중단 WAN 절체
- 05. OPNsense 보안 설정 ① — 절체 전 보안 기반(NTP·백업·GeoIP·ACME)
- 06. OPNsense 보안 설정 ② — 절체 후 방어선과 접근(Caddy·Suricata·TOTP·VPN)
- 07. Omada 백본 스위치 — L2 VLAN과 트렁크(SG3452X Standalone)
- 08. Omada 컨트롤러와 무선 — OC200·AP·PoE 통합 관리
다음 편에서는 OPNsense 하드웨어 선택과 설치부터 시작합니다. 네트워크가 처음이라 막막하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누스쿨 커뮤니티에서 같은 길을 걷는 분들과 질문을 나눠 보세요. 같이 보면 훨씬 덜 외롭습니다.
다음 글: 네트워크 입문 – 01. OPNsense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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