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가 채용 문을 좁혔다. 대기업·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개발자·기획자·데이터 직군 공고가 줄었고, AI 자동화가 주니어 포지션을 직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넘쳐난다.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이 분위기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채용 시장의 겨울은 처음이 아니다. 닷컴버블 붕괴(2001), 금융위기(2008~2009), 코로나 초기 불확실성(2020년 상반기)을 거친 뒤에도 IT 직군은 회복했고, 그 과정에서 조용히 준비한 사람들이 반등장의 주인공이 됐다. 이 글은 AI 전환기라는 새로운 맥락 안에서, 준비생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정리한다.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채용 감소의 원인을 단순히 “AI 때문”으로 뭉뚱그리면 대응도 뭉툭해진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크게 세 흐름이 겹쳐 있다. 첫째, 2021~2022년의 과잉 채용에 대한 조정이다. 당시 많은 회사가 성장 기대치를 앞당겨 사람을 뽑았고, 지금은 그 거품이 빠지는 중이다. 둘째, 금리 상승기에 벤처 투자가 위축되면서 스타트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었다. 셋째, 코파일럿·커서 등 AI 개발 도구가 성숙하면서 팀당 필요한 주니어 인원이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다.
이 세 흐름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사이클 성격이 강하다. 시장이 돌아서면 채용도 회복된다. 세 번째가 구조적이다. AI 도구 도입으로 대체되는 것은 “반복적·단순 구현” 업무이고, 살아남거나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설계·맥락 파악·비즈니스와 기술의 연결” 역할이다. 준비생이라면 지금 자신이 쌓으려는 역량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AI 도구를 적으로 볼 것인가, 승수(乘數)로 볼 것인가
채용 담당자와 현직자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AI를 쓸 줄 아는 주니어를 찾는다.” 코드를 한 줄씩 직접 타이핑하는 능력보다, AI 출력물의 품질을 검증하고 방향을 잡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준비생 입장에서 이것은 기회다. 경력자가 기존 방식에 익숙해서 AI 도구를 어색해하는 동안, 처음부터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체득하면 오히려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단순히 코드를 생성시키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AI에게 내 코드를 리뷰하게 하고, 그 리뷰가 맞는지 스스로 검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기획 직군이라면 PRD(제품 요구사항 문서) 초안을 AI로 빠르게 생성한 뒤, 비즈니스 맥락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채우는 편집 근육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 직군은 AI가 제안한 분석 방향의 논리적 결함을 잡아내는 훈련이 핵심이다. 이 모든 역할의 공통점은 “AI 출력물을 감수(監修)하는 능력”이다.
포트폴리오: 넓게 많이보다 좁고 깊게
경쟁이 심한 시장일수록 “이 사람은 이걸 할 수 있다”는 신호가 명확해야 한다. 여러 프레임워크를 얕게 다룬 프로젝트 열 개보다, 한 가지 문제를 실제로 해결한 프로젝트 두세 개가 면접관에게 더 강하게 남는다. 특히 지금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완성도보다 “왜 이 문제를 골랐는가”와 “어떤 판단을 어떻게 내렸는가”를 설명하는 능력이 차별점이 된다.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때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들이 있다.
-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내린 가장 어려운 결정은 무엇이었고, 왜 그 방향을 택했는가?
- 실제 사용자가 있었는가? 없었다면 가상 사용자를 설정하고 그 가정을 검증했는가?
- AI 도구를 어떻게 활용했고, 직접 작성한 부분과 어떻게 구분되는가?
- 같은 문제를 지금 다시 푼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막힘 없이 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한 개라도 있다면, 그것이 열 개짜리 얕은 포트폴리오보다 낫다. 면접은 결국 이 대화를 하는 자리다.
지원 전략: 숫자보다 정밀도
빙하기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무작위로 많이 지원하는 전략은 효율이 낮다. 서류 통과율이 낮아진 이유 중 하나는 지원자 대부분이 JD(직무 기술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동일한 이력서를 붙여넣기 때문이다. 공고 한 장을 꼼꼼히 읽으면 회사가 실제로 원하는 것과 이력서에서 강조해야 할 접점이 보인다.
지원 전 확인해야 할 것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JD 핵심어 추출: 공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기술·역할을 정리하고, 내 이력서에 그 언어가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 회사 현황 파악: 최근 6개월 내 채용 공고 패턴, 뉴스, 제품 업데이트를 훑어본다. 축소 중인 회사인지, 특정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뽑는 중인지 파악하면 지원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 내부 연결 여부: 링크드인이나 커뮤니티에서 해당 팀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지원 전 간단한 대화를 시도한다. 추천이 없더라도 팀 분위기와 실제 업무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면접 준비 질이 달라진다.
- 이력서 맞춤화: 전체를 새로 쓰지 않아도 된다. 강조하는 항목의 순서, 한 줄 요약 문장만 바꿔도 공고 적합성이 올라간다.
주 지원 건수를 줄이더라도 한 건당 투자 시간을 두 배로 늘리는 방향이, 채용 문이 좁아진 시기에 더 현실적인 전략이다.
슬럼프 관리: 긴 싸움을 지속 가능하게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 불안과 자기 의심이 찾아온다. 이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전의 특성이다. 서류 탈락이 반복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전부 바꿔야 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방향을 자주 바꾸면 아무것도 깊어지지 않는다.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는 주기와 실행 주기를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행 주기는 짧게, 방향 점검 주기는 일정하게 가져간다. 예를 들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2주 단위로 점검하고, 그 사이에는 정해진 루틴(공부·프로젝트·지원)을 흔들지 않는다. 탈락 결과가 나왔을 때 “왜 떨어졌는가”를 추정해보는 것은 유익하지만, 데이터가 없는 추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오히려 소진된다. 취업 준비 커뮤니티나 멘토를 통해 외부 피드백을 받는 것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심리적으로 버티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 중 하나는 “오늘 한 일” 기록이다. 결과가 안 보이는 시기에도 과정이 축적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전에서 중요하다. 취업 결과는 단기 지표가 아니다. 지금 쌓는 것이 어느 시점에 임계점을 넘어 결과로 나타난다.
반등을 준비하는 사람이 반등의 수혜자가 된다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지금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조용히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다. AI 전환기가 완전히 자리 잡고 채용 시장이 다시 열릴 때, “그 사이에 무엇을 했는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좁아진 문을 탓하는 시간보다, 그 문이 열렸을 때 통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지금의 시간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
빙하기를 통과하는 것은 혼자 하기 어렵다.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현직자의 실제 이야기를 듣고, 내 준비 과정에 피드백을 받는 것이 속도와 방향 모두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누스쿨 커뮤니티와 멘토링은 그런 연결을 위해 존재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 한 걸음을 혼자 고민하지 말고 함께 다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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