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쇼핑몰 창업 도전과 실패에서 배운 것

[자서전] 쇼핑몰 창업 도전과 실패에서 배운 것

목차

회사를 다닌 지 1년쯤 지났을 때다. 회사 안에서 내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업무도 대충했고, 빨리 이 회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사에 기대를 접고 부담을 덜어 놓으니 오히려 업무 적응이 쉬워졌다. 대충 하던 일, 관심 없던 일이었는데 몇 달 하다 보니 잘하게 됐다. 반복의 힘이었다. 그렇게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게 받지 않게 됐고, 자연스럽게 남는 시간을 다른 곳에 쓰기 시작했다. 그 다른 곳이 결국 내 첫 창업으로 이어졌다.

직접 운영했던 아동복 쇼핑몰 kids&J
직접 운영했던 아동복 쇼핑몰 kids&J

부업이 주업이 되기까지

가장 먼저 한 건 이력서 업데이트였다. 그리고 미뤄두었던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스펙을 쌓기 시작했는데, 대기업을 다니면서 낮은 연봉을 받는 이상한 상황이 다음 회사에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불안함이 자기계발에 한몫을 했다.

생활비를 벌려고 부업도 시작했다. 간단한 로고, 회사소개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같은 걸 만들어줬다. 국비지원으로 웹디자인을 배워 둔 게 큰 도움이 됐다. 많게는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당시 다니던 대기업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회사에서 받는 급여보다 훨씬 나았다.

문득 부업을 주업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업으로 배운 걸 적용해서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친누나가 아동복 쇼핑몰 경력자였다. 업무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전부터 쇼핑몰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딱 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쇼핑몰을 만들었다. 나는 서버 구축과 관리, 주문 관리를 맡았고 누나는 사입과 배송을 담당했다. 막연히, 차려 놓으면 시간이 지나 알아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회사와의 계약 만료 6개월 전, 나는 아동복 쇼핑몰의 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슬슬 돈을 까먹기(?) 시작한다.

산속에 옷가게를 차려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꼴

쇼핑몰을 만드는 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상품도 일부 올리고 결제 시스템(PG)도 연동했다. 다만 문제는,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판로를 넓히려고 스마트 스토어 같은 오픈마켓을 전부 열었다. 심지어 쿠팡까지 들어갔다. 똑같은 상품을 여러 곳에 올렸다. 그래도 팔리지 않았다. 가끔 어떻게 알았는지 사주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이대로는 마이너스가 될 게 뻔했다.

방문자는 0에 가까웠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산속에 옷가게를 차려 놓고 하염없이 손님만 기다리는 꼴이었다. 영업도, 마케팅도 없이 말이다. 적어도 광고는 해야 한두 명이라도 오고,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을 타는 건데 나는 그 가장 기본적인 걸 빼먹고 있었다.

마케팅을 공부하다, 그리고 시행착오

그걸 깨닫고 나서 방문자 통계와 구매자 통계를 분석하는 법을 공부했다. 마케팅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고, 블로그와 카페를 개설했다. 아동복 쇼핑몰이니 아기 엄마들을 타깃으로 잡았다. 그들에게 우리 아동복이 얼마나 좋은지 글을 올렸다. 하지만 아무도 포스팅을 봐주지 않았다. 서이추(서로 이웃 추가)를 미친 듯이 다녔다. 그래도 방문자 수는 늘지 않았다. 가끔 방문자 중에 구매하는 사람이 생기긴 했지만 매출을 올리기엔 한참 모자랐다.

조금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노골적인 마케팅은 사람들이 꺼린다. 블로그에 방문자도, 서로이웃도 늘지 않는다. 잠재 고객이 안 모이니 쇼핑몰 구매자도 늘 리 없다. 그때 내가 열심히 했던 건 마케팅이 아니라 “대놓고 광고”였다.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의 나라도 안 들어갈 것이다. 팔아먹으려는 속내가 너무 훤히 보였으니까.

인터넷 검색과 책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이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블로그를 접고 파워블로거에게 체험단을 요청했다. 매출 결과는 미미했다. 키워드나 문구를 어떻게 할지 전략 하나 세우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쇼핑몰 운영 과외도 받아봤다. 특별히 효과도 없고,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것들을 가르쳤다. 무엇보다 별로였던 건 과외 비용이 비쌌다는 점이다.

결국 내가 마케터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쇼핑몰 마케팅 책을 하나, 둘.. 열 권 넘게 사서 모두 정독했다. 파워링크, 키워드 광고 등 방문을 유도하는 여러 방법을 배웠다. 적당한 광고비를 측정하고 방문을 끌어들이는 것들을 배워 적용했다.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케팅보다 더 큰 문제, 재고와 신뢰

공부한 것들을 적용하니 쇼핑몰 방문자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물론 비례해서 구매자도 늘었다. 책으로 시작한 마케팅 비법이 효과가 있다는 게 내심 기뻤다. 이제 판매만 하면 되겠구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려던 바로 그 시기에 문제가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터진 건 재고였다. 효율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미리 사입하지 않고 재고를 쌓아두지 않았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초기 비용 절감은 장점이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고객이 주문했을 때 도매업자가 품절을 선언하면, 그건 단순한 비용 손해로 끝나지 않았다. 소매 판매자인 내가 고객의 신뢰를 잃는 일이었다. 신뢰를 잃은 쇼핑몰은 즉시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

두 번째 문제는 저품질 쇼핑몰 이슈였다. 재고가 없어 품절 처리가 되면, 이런 판매자 귀책 사유로 인한 구매 취소는 곧 저품질 쇼핑몰로 분류된다. 모든 오픈마켓(스마트 스토어 포함)은 주문 이후 판매자 귀책으로 품절 처리가 되면 페널티를 부여한다. 그 페널티가 쌓이면 상품 노출 자체가 막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동업을 하던 친누나는 육아를 하면서 생기는 변수가 많았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장 믿었던 동업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상품 사입을 못 나가는 날이 많았고,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잦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동복 시장 자체가 하락 중이었다. 도매점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도매가 닫는다는 건 아동복 전체 시장이 하락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폐업, 그리고 실패가 남긴 것

결국 처음으로 도전한 아동복 쇼핑몰 사업은 폐업의 수순을 밟았다. 물론 앞에서 나열한 문제들을 전부 해결할 수 있었다면 매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당시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쇼핑몰을 운영한 기간은 약 1년이었다. 겸업으로 6개월, 퇴사 후 6개월. 손해액은 약 1천만 원 정도였다.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쇼핑몰 사업을 접고 해외에서 백수 생활을 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나는 “쇼핑몰만 차려 놓으면 알아서 팔린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마케팅이 문제인 줄 알고 책을 열 권 넘게 읽고 광고를 공부했지만, 정작 발목을 잡은 건 마케팅이 아니라 더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재고를 감당할 자금 구조, 동업자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운영 체계, 그리고 내가 어쩌지 못하는 시장의 흐름. 그 어떤 멋진 마케팅도 이 기본이 무너지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1천만 원을 내고 배웠다.

그래도 나는 이 실패를 후회하지 않는다. 세상이 말하는 실패라면 아동복 쇼핑몰은 분명 실패다. 하지만 내가 겪은 모든 실패는 결국 내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계속 실패하며 하나하나 발판을 쌓아가는 중이다. 처음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화려한 비법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챙기길 바란다. 나처럼 비싼 수업료를 치르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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