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몫을 1명이 하는 시대 — 그 ‘1명’이 되는 커리어 전략

8명 몫을 1명이 하는 시대 — 그 '1명'이 되는 커리어 전략

목차

AI와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조직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 팀 단위로 나눠 하던 일을 이제 한두 명이 도구와 시스템을 활용해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8명 몫을 1명이 한다’는 표현은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시장에서는 그에 가까운 업무 밀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1명’이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글은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커리어 전략으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왜 지금 ‘레버리지’가 커리어의 핵심이 됐는가

과거에는 인력이 곧 생산력이었다.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수록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등식이 흔들리고 있다. 노션, 에어테이블, 재피어, 각종 AI 도구들이 개인의 실행 속도를 수십 배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같은 결과를 더 적은 자원으로 내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이를 커리어 관점에서 보면 레버리지(leverage), 즉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큰 결과로 증폭되느냐가 핵심 지표가 된다. 고정된 8시간 노동으로 3명분의 성과를 내는 사람과 1명분의 성과를 내는 사람은 같은 시간을 쓰지만 시장에서의 가치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재능보다 시스템과 전략에서 비롯된다.

레버리지를 높이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신의 판단과 전문성을 반복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 둘째, 도구와 자동화로 반복 작업을 제거하는 것. 셋째, 자신이 없어도 결과가 나오는 구조(콘텐츠, 네트워크, 문서)를 쌓는 것. 이 세 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사람이 바로 ‘8명 몫을 하는 1명’에 가깝다.

T자형 역량 구조: 넓이와 깊이의 의도적 설계

흔히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를 이분법으로 논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가장 희소한 사람은 그 둘이 결합된 T자형 인재다. 핵심 영역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고, 인접 영역은 협업하거나 직접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마케터라면, 콘텐츠 전략이라는 수직 축(깊이)을 가지면서 데이터 분석, 간단한 디자인 툴 활용, 프로덕트 팀과의 협업 언어까지 갖출 수 있다. 이 경우 마케팅 팀에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PM이 따로 없어도 이 한 사람이 팀 간 병목을 줄이고 실행 속도를 올린다. 그 자체로 팀에 기여하는 레버리지가 커진다.

T자형 역량을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인접 영역의 선택이다. 자신의 핵심 역할에서 병목이 생기는 지점, 즉 ‘이 사람에게 물어봐야 해서 느려지는 구간’을 찾아 그쪽을 보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장 효과가 크다. 무작위로 스킬을 추가하는 것은 레버리지보다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구 설계 능력: AI를 ‘쓰는 사람’과 ‘부리는 사람’의 차이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이제 보편적인 일이 됐다. 그런데 눈에 띄는 차이는 ‘도구를 얼마나 잘 부리는가’에서 나온다. 단순히 챗GPT에 질문을 던지는 것과, 자신의 업무 흐름에 AI를 깊이 통합해 반복 작업을 거의 제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도구 설계 능력이 높은 사람은 다음을 실행한다.

  • 자주 쓰는 프롬프트를 템플릿으로 만들어 재사용한다.
  • 반복 업무(보고서 초안, 이메일 작성, 데이터 정리)를 자동화 파이프라인으로 만든다.
  • 도구와 도구를 연결해 수동 개입 없이 흐르는 워크플로를 만든다.
  • 아웃풋 품질을 기준으로 도구를 선택하고, 필요 없으면 과감히 버린다.

이런 능력은 개발자만의 것이 아니다. 비개발 직군에서도 노코드 자동화 도구(재피어, 메이크 등)를 익히거나, AI에게 명확한 역할과 제약 조건을 부여하는 프롬프트 설계를 연습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도구를 쓴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나의 업무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서화와 시스템화: 몸이 없어도 작동하는 구조 만들기

한 명이 여러 명의 역할을 하려면, 자신의 판단과 지식이 자신의 두뇌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외부화돼야 한다. 이것이 문서화와 시스템화의 핵심이다.

실제로 효율이 높은 사람들은 처음 어떤 업무를 처리할 때부터 그 과정을 기록한다. ‘다음에 이 일을 다시 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어받을 때 30분 안에 파악할 수 있도록’이라는 기준으로 문서를 만든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두 번째부터는 절반 이하의 시간이 들고 세 번째부터는 자동화하거나 위임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시스템화의 구체적인 예를 들면, 콘텐츠 담당자라면 월별 기획부터 발행까지의 플로를 단계별로 문서화하고, 각 단계에서 사용하는 체크리스트와 템플릿을 갖춰두는 것이다. 신규 인력이 투입되거나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품질이 유지된다. 이것 자체가 조직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는 경로다.

개인 커리어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라면, 자신의 서비스 제공 방식을 표준화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클라이언트별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고, 공통 프레임워크 위에서 맞춤화하는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

집중과 거절: ‘더 많이’보다 ‘더 적게 하되 더 잘’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거절하는 경향이 있다. 레버리지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그 외의 것들은 위임하거나 제거하거나 단순화한다. 이를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바쁘지만 성과 없음’의 상태에 빠진다.

커리어에서 집중 설계의 첫 단계는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전부 나열한 다음, 각 항목에 대해 ‘이것이 내 핵심 가치에 직결되는가, 아니면 그냥 처리하고 있는 일인가’를 묻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차이를 만드는 일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거나 줄일 수 있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회의나 보고 등 시간을 많이 먹지만 실질적인 산출물이 없는 활동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조직 내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설계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도 에너지를 핵심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쌓이면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

가시성과 신뢰: 결과가 알려져야 기회가 온다

능력이 있어도 보이지 않으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 PR을 위해 인위적으로 노출을 늘리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생각이 적절한 형태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 내에서라면 자신의 작업 결과와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겨 팀이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 혹은 팀 내에서 특정 영역의 질문이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오게 만드는 것이 가시성이다. 외부 시장에서라면 링크드인 포스팅, 블로그, 오픈소스 기여 등 자신의 사고 방식과 역량이 드러나는 무언가를 꾸준히 쌓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한 번에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내놓으려 하면 계속 미루게 된다. 작고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꾸준히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강력한 신뢰를 만든다. 이 신뢰가 쌓이면, 기회는 자신이 찾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 행동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이 전략적으로는 납득이 가더라도, 어디서 시작할지 막막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면 지속하기 어렵다. 아래 세 가지는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하고,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출발점이다.

  • 자신의 반복 업무 목록을 만든다. 주 단위로 반복되는 작업 다섯 가지를 적고, 그 중 하나를 이번 주에 자동화하거나 템플릿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자신의 핵심 영역 한 가지를 정한다. T자형 역량에서 수직 축이 될 전문성 분야를 명확히 하고, 그 분야에서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결과물을 하나 만든다.
  • 지난 한 달의 시간 사용을 되짚는다. 달력이나 업무 기록을 보면서 실제로 임팩트를 만든 활동과 그렇지 않은 활동을 분류한다. 그리고 다음 달에 줄일 수 있는 것 하나를 찾는다.

세 가지 모두를 당장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하나씩, 한 주씩 실행하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커리어는 결국 선택과 집중의 축적이다. 모든 것을 잘하려 하기보다 무엇에 집중할지를 명확히 하고, 자신의 에너지가 증폭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누스쿨 커뮤니티와 멘토링에서는 이 과정을 혼자 고민하지 않고 실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구체화할 수 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든, 그 다음 한 걸음을 함께 설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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