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결국 프리랜서로 — 불안 대신 안정

[자서전] 결국 프리랜서로 — 불안 대신 안정

목차

프리랜서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결국 돈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보며 늘 묻는다. “프리랜서면 불안하지 않아요?” 나는 되묻고 싶다. 프리랜서가 왜 불안하다고 생각하죠? 나는 돌고 돌아 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오가며 살아봤고, 결국 다시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안정과 불안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프리랜서의 안정
사진: Pexels / Andrea Piacquadio

프리랜서의 장점, 그리고 숨은 조건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정규직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워킹데이가 같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무급 휴일이 많거나,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텀이 길어지면 오히려 정규직보다 덜 벌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프리랜서를 처음 시작하고 약 1년간은 SI 프로젝트를 뛰면서 휴가 없이 일했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되지 못하는 것이 늘 불안했다. 일이 끊기면 수입도 끊기니까. 그 불안을 견디다 못해 나는 결국 ‘안정적인 정규직’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안정을 찾아 정규직으로 갔더니,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여행사에 취직했다. 여행에 대한 메리트가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업무 시간에도 여유롭게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었다. 워라밸도 좋았고 야근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너무 친하게 지냈던 곳이라, 그 자체로는 나에게 정말 좋은 회사였다.

문제는 급여였다. 실업에 대한 불안감을 잊어보겠다고 봉급을 낮추면서까지 들어온 정규직이었는데, 막상 들어오니 생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시작됐다. 프리랜서 시절 급여가 워낙 좋았던 탓에 봉급에 대한 눈은 이미 높아져 있었고, 지출 수준도 그에 맞춰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안정적이 되려고 들어온 이 정규직이, 오히려 나를 심리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여유 시간을 사업 준비에 쏟다

다행히 여유 시간이 많은 회사였다. 그 시간을 활용해 슬슬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하나둘 내보기도 하고, 부수입을 창출할 만한 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아껴 써서 재테크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뭐든 다 했던 것 같다. 스카우트 제의에 대비해 이력서를 매주 업데이트했고, 사업 아이템은 떠오르는 대로 노트에 적었다. 유튜브를 뒤져가며 부수입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그렇게 던져놓은 것들 중 결국 하나가 걸렸는데, 그게 바로 이력서였다.

돌고 돌아, 결국 다시 프리랜서로

취업 포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건이 좋았다. ‘안정적인 프리랜서’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급여도 프로젝트를 옮겨 다니던 때보다 훨씬 높았다. 머리가 복잡할 때쯤 들어온 제안이었다. 프리랜서지만 고용 안정이 보장되어 있다니, 이런 조건을 놓치는 건 바보라고 생각했다. 덥석 붙잡았다. 결국 정규직 생활 8개월 만에 나는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왔다.

그렇게 붙잡은 곳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다. 이직 첫해가 지날 무렵에는 ‘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불안조차 거의 없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수고는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일이다.

프리랜서의 높은 월급이, 결국 안정을 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지금 회사에서 5년 차이고, 1년에 16일의 휴가도 받는다. 서른여섯 살 때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올려 지금의 수입까지 왔다. 처음 시작한 금액과 지금의 실수령액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주어진 환경에서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왔고, 나름의 노력을 쌓아온 결과로 지금의 내 위치가 정해졌다고 믿는다.

월급을 충분히 쓰고도 남는 돈이 생기니, 재테크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매달 쓸 만큼 쓰고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써도 통장에 돈이 남는다. 그냥 두면 그대로 쌓이겠지만, 좀 더 빠르게 부를 모으고 싶어서 재테크를 시작했다. 높은 월급이 주는 건 단순히 돈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였다.

재계약이라는, 매년 찾아오는 변수

물론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사실 이 좋은 직장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 매년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재계약이 안 되면 또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야 한다. 게다가 이 회사는 매년 재계약 협상이 굉장히 늦다. 보통 연말 10월, 11월쯤 해야 할 계약을, 12월 말이 되어서야 겨우 졸라서 하게 된다. 어이없는 건 재계약서도 없이 그냥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매년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전 같으면 이 불안 때문에 또 ‘안정적인 정규직’을 찾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정규직이 더 불안했다는 걸 한 번 경험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불안이 없는 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불안을 어떻게 다룰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불안을 연료 삼아, 나만의 사업으로

그래서 나는 무자본 창업을 진행 중이다. 3년 정도 진행해 왔고, 기획과 설계가 모두 끝나 지금은 구현 단계에 들어가 있다. 첫 직장의 사수와 동업을 하고 있고, 속도를 좀 더 내기 위해 함께할 팀원을 찾는 중이다. 그 외에 추가로 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노트에 기록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안정적인 수입을 주는 곳이니,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업무 외 시간을 최대한 끌어 모아 사업계획서를 쓰고 앱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이 잘된다고 해서 당장 지금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다. 병행할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굳이 때려치울 필요 없는 좋은 회사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버리고 싶지도 않다. 다만 사업이 정말 바빠진다면 그때는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내 상황이 불안정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곳이 일종의 safety zone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safety zone은 계속 변한다. 그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치킨을 먹을 수 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연료 삼아 나는 사업계획서를 쓴다. 이 불안함이 사업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이 불안함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돌아보며 — 절대 버리지 않을 한 가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버렸다. 그 모든 환경에서 당시의 최선을 선택했고, 그 세월이 이제야 보상받는 느낌을 받으며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얻고 버리는 와중에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 불안한 마음이다.

항상 촉을 곤두세우고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마인드. 바로 그것이 나를 움직인다. 안정은 불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불안을 감당할 만큼의 힘이 생긴 상태라는 걸 이제는 안다. 프리랜서의 높은 월급이 나에게 그 힘을 줬고, 그 힘으로 나는 다음을 준비한다.

  • 안정적이라 믿었던 정규직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 프리랜서의 높은 급여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할 여유를 준다.
  • 불안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가 될 수 있다.
  • 지금 진행 중인 창업에는 예상되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이걸 기회로 바꾸는 건 결국 나의 몫이다.

정리해서 말하면,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리스크들이 또 발생하리란 것도 안다. 그래도 잘 해결해 낼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다. 불안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내가 돌고 돌아 찾은 나만의 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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