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취미가 길이 되다 — 다이빙, 그리고 멘토링의 시작

[자서전] 취미가 길이 되다 — 다이빙, 그리고 멘토링의 시작

목차

드디어 이 자서전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재수·삼수·사수를 거듭하던 꼴찌 시절부터, 고졸이라는 낙인, 학점은행제와 고용계약형 석사, 회사 안에서 부대끼던 날들, 그리고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기까지 — 그 긴 이야기를 여기까지 풀어왔다. 마지막 편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도, 돈도 아닌 “취미” 이야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에게는 이 취미가 결국 창업으로, 그리고 지금 이렇게 멘토링을 하고 있는 자리로까지 이어졌다.

취미가 된 스쿠버다이빙
취미가 된 스쿠버다이빙

그러니 이건 단순한 취미 자랑이 아니다. 한 사람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보니 그게 어떻게 삶의 활기가 되고, 일이 되고, 결국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일까지 닿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자서전의 끝을 여기에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강의·멘토링 현장
강의·멘토링 현장

취미에 차 한 대 값을 쏟아붓다

내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놓은 취미가 있다. 바로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이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세부 어학연수 시절,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처음 물속에 들어가 본 게 전부였다. 그때만 해도 그냥 해외여행 다니다가 한두 번 즐기고 말 경험쯤으로 여겼다. 솔직히 내 수준에 비하면 너무 비싼 취미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몇 년 뒤, 세부에서 인연을 맺은 형과 이집트 다합에서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 하나로 한국에서 자격증을 땄다. 그러다 동호회에 들어가게 됐고, 거기서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쿠버다이빙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 형들과 친한 사람들이 죄다 고수입의 능력자들이었다. 함께 다이빙을 하고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들의 마인드를 배웠다. 그러면서 내 눈도 같이 높아졌다. 돈만 잘 버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스스로 조절하고, 자기 인생을 계획할 줄 아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게 부러웠다.

그 무렵, 세부에서 같이 다이빙을 시작했던 그 형이 다합에서 프리다이빙 강사를 한 지 2년쯤 됐다는 소식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배웠던 세부의 다이빙샵에서 스쿠버 마스터로 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형을 만나러 휴가를 냈다. 정작 프리다이빙은 못 하고 스쿠버다이빙만 하고 와서 아쉬웠는데, 묘하게도 이 아쉬움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한국에 돌아와 나름 유명한 동호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국내 동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해봤는데, 세부와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잊을 수 없는 동해를 계기로 국내에서 다이빙을 이어가며 장비를 하나둘 사기 시작했다. 스페셜티(자격증과는 별개로 스쿠버 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과정)도 따기 시작했고, 국내외 투어를 대규모 인원과 다니는 재미에 빠졌다. 동호회 사람들과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벙개를 쳐서 밤새 술 마시며 다이빙 얘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매년 장비 구매와 투어 비용으로 많게는 1,000만 원을 쉽게 썼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5년 차인데, 그동안 다이빙에 쏟아부은 돈이 어림잡아 3,000만 원 정도 된다. 말 그대로 취미에 차 한 대 값을 퍼부은 셈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 돈으로 산 경험과 사람, 그리고 마인드가 결코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멘토링하는 모습
멘토링하는 모습

미친 듯이 빠지니, 길이 보였다

한 가지에 이렇게까지 미쳐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쿠버 업계의 문제점과 불편한 점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걸 해결하면 그대로 수익이 되겠는데?” 하는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처음 노트에 적은 게 벌써 3년 전이다. 그동안 기획과 설계를 마치고 지금은 구현 단계에 들어가 있다. 첫 직장의 사수와 함께 만들고 있고, 속도를 내기 위해 팀원도 찾는 중이다. 다이버들을 위한 앱인데, 2024년 상반기 안에 친한 다이버들에게 먼저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가, 좋아서 만드는 사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재미있는 건, 이게 내가 줄곧 해온 방식과 똑같다는 점이다. 나는 큰 결심을 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었고, 그 안에서 불편함을 발견했고, 그걸 해결하려다 보니 어느새 길이 나 있었다. 거창한 계획보다 그날그날의 몰입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멘티들과 함께한 자리
멘티들과 함께한 자리

여유, 그리고 활기를 만드는 건 결국 돈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나는 현재 생활에 적당히 만족하고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언제든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옷도 별 거리낌 없이 산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옷이나 음식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돈이 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이라는 취미도 가졌고, 다이빙을 함께 즐기던 친구의 소개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소비에 부족함이 없다. 불과 몇 년 전,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늘 쪼들리던 생활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여유가 생기니까 하고 싶은 게 많아지고, 그러면서 삶에 활력이 더 생긴다. 여유와 활기를 만드는 게 결국 돈이라는 말을, 나는 좀 씁쓸하지만 인정한다.

프리랜서는 연봉이 아니라 실수령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내 실수령액은 흔히 말하는 고액 연봉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제는 남의 일을 대신 해주고 봉급을 받는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아졌다. 지금 일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어보려고 무자본 창업을 시작한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주식도 시작했고, 블로그도 유튜브도 하고 있다. 그리고 고졸 취준생이 IT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성장 멘토링도 진행하고 있다. 당장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버린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냐고? 아니, 이쯤 되면 그냥 또 다른 취미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멘토링 워크숍 단체 사진
멘토링 워크숍 단체 사진

돌고 돌아, 결국 멘토링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처음부터 도전적인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모든 움직임의 출발점은 거창한 꿈이 아니라 “고용 불안정”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일이 끊길까 봐, 생활비가 막힐까 봐 움직였고, 그러다 결국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생활비의 안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고용 안정과 생활비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고, 비로소 내 길을 찾았다.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그동안 시련과 고난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잘 헤쳐왔고, 앞으로도 그런 어려움이 또 오리란 걸 안다. 그래도 잘 풀어나갈 거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 나는,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돈이 되어서가 아니다. 고졸이라는 낙인 앞에서 망설이던 그때의 나에게,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내가 했던 수많은 실패는 전부 내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 발판을 혼자만 밟고 지나가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라는 꽃이 피는 시간

요즘은 SNS만 봐도 영리치가 넘쳐난다. 회사 생활 한 번 안 해보고 창업해서 성공했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꽃의 종류가 저마다 다르듯, 살아가는 시기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기도 모두 다르다. 그러니 평범한 당신은 부디 “평균 올려치기”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의 화려한 단면을 평균이라 착각하는 순간, 내 속도가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지금 당장 초라해 보이더라도 상심하지 마라. 당신이라는 꽃이 피는 시간은 분명히 돌아온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나도 재수생, 백수, 폐업, 숱한 실패를 거치고 나서야 지금 이 자리에 왔다.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긴다고 믿는다.

긴 자서전을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고맙다. 거창한 성공담을 들려주려고 쓴 글이 아니다. 나처럼 평균쯤 되는 사람도,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 자기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길을 혼자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같은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나는 언제든 당신 곁에서 그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열심히 하려는 젊은 친구들을, 나는 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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