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수만 명을 내보내던 시기, 동시에 특정 직종에는 억대 연봉 공고가 쏟아졌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말이 나오는 동안 AI 시스템을 실제로 배포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엔지니어는 어느 때보다 귀해졌다.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해고와 채용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유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메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누적 수십만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 기업들의 채용 공고 데이터를 보면 머신러닝 엔지니어, MLOps 엔지니어, AI 인프라 엔지니어 포지션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이 현상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구조를 들여다보면 일관된 방향이 있다.
빅테크의 감원은 주로 광고·커머스 관련 일반 소프트웨어 직군, 중간 관리자, 그리고 팬데믹 기간 과잉 채용된 포지션에 집중됐다. 반면 AI 모델을 실제 제품에 탑재하고 대규모로 서빙하는 인프라 영역, 데이터 품질을 관리하는 영역, 모델 성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영역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기업 입장에서 AI 투자를 늘리면서 이 영역의 전문가 확보 경쟁은 오히려 심화됐다.
연봉 3억 언급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링크드인과 레벨스닷에프와이(Levels.fyi) 같은 플랫폼에서 공개된 미국 빅테크 시니어 ML 엔지니어 패키지를 보면 스톡옵션·보너스 포함 총보상 기준으로 이 수준에 도달하는 사례가 실재한다. 국내 대형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 역시 AI 핵심 직군에 대한 보상 수준을 빠르게 올리는 중이다.
지금 실제로 수요가 몰리는 직종 네 가지
모호하게 ‘AI 직종’이라고 부르면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실제 채용 시장에서 포지션이 채워지지 않아 경쟁이 벌어지는 직종은 크게 네 범주로 압축된다.
- MLOps·LLMOps 엔지니어: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프로덕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배포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 쿠버네티스(Kubernetes), 레이(Ray), MLflow, 프롬프트 버전 관리 등이 실무 스택이다. 연구직보다 공급이 훨씬 적어 채용 사이클이 짧다.
- AI 평가·레드팀(Red Team) 전문가: 모델이 실제 서비스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정확하게 동작하는지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직군. 모델 출력의 품질 기준을 설계하고 실패 사례를 발굴하는 역할로, 도메인 전문 지식(의료·법률·금융 등)과 분석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 AI 제품 매니저(AI PM): AI 기능을 포함한 제품 로드맵을 설계하고 엔지니어·데이터 사이언티스트·비즈니스 팀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 모델 동작 원리를 이해하면서 비즈니스 지표로 번역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기업이 많다.
- 데이터 엔지니어·데이터 품질 전문가: AI 모델 성능은 데이터 품질에 직결된다.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데이터 계보(lineage)를 추적하며 학습 데이터의 정합성을 유지하는 역할은 AI 투자가 늘수록 수요가 정비례로 증가한다.
공통점은 모두 ‘AI를 만드는 직종’이 아니라 ‘AI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직종’이라는 점이다. 논문을 쓰는 연구자보다 현장에서 시스템을 돌리는 실무 엔지니어와 관리자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다.
기존 직군에서 이 직종으로 이동하는 경로
이 직종들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현실적인 경로가 다르다. 억대 연봉의 포지션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기존 영역에서 AI 관련 역량을 추가한 사람을 선호한다.
백엔드·인프라 개발자라면 MLOps 방향이 가장 자연스럽다. 도커(Docker), 쿠버네티스, CI/CD 파이프라인 경험이 있다면 MLflow나 Airflow를 추가하고, 모델 서빙 프레임워크(TorchServe, vLLM 등)를 실습해보는 것이 첫 단계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오픈소스 LLM을 직접 배포하고 API로 서빙해본 경험이 포트폴리오가 된다.
QA·테스트 엔지니어라면 AI 평가 전문가 방향이 맞다. 기존 소프트웨어 테스트 방법론에서 자동화 평가 파이프라인, LLM 출력 품질 지표 설계로 영역을 넓히면 된다. evals 프레임워크(OpenAI Evals, EleutherAI lm-evaluation-harness 등)를 직접 다뤄보고, 실제 모델 출력에서 실패 패턴을 분류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일반 PM·기획자라면 AI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직접 해보고, 자신이 담당하는 제품에서 AI 기능을 기획한 경험을 구체적 수치와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을 깊이 알기보다 AI 시스템의 한계와 실패 지점을 비개발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이동에 실패하는 흔한 패턴
이 직종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 반복하는 실수가 있다. 첫째는 자격증과 강의 수료만 쌓는 것이다. AWS 머신러닝 자격증이나 Coursera 과정 이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채용 담당자가 보고 싶은 것은 실제로 시스템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다. 강의를 듣는 동안 반드시 실제 프로젝트를 병행해야 한다.
둘째는 이력서에 기술 스택 나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Python, TensorFlow, MLflow 사용 가능’이라고 쓴 이력서는 수천 장 중 하나다. ‘XX 서비스의 추천 모델 배포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지연 시간을 40% 줄였다’는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스킬 나열이 아니라 문제-행동-결과의 구조로 기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는 타이밍을 재다가 시작을 미루는 것이다. AI 분야는 기술 스택이 빠르게 바뀐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지원하겠다는 생각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 부족하더라도 일찍 시장에 노출되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빠른 이동 경로가 된다.
국내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 빅테크 기준의 이야기가 한국 취업·이직 시장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국내 대형 IT 기업들도 AI 인프라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카카오·네이버·라인·크래프톤·토스 등의 채용 공고에서 MLOps, AI 평가, 데이터 파이프라인 관련 포지션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차이점은 국내에서는 이 직종에 특화된 경력을 쌓을 기회가 아직 미국보다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어로 된 오픈소스 프로젝트 기여, 해외 AI 커뮤니티 참여, 영문 이력서 작성 역량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국내 포지션을 타깃으로 하더라도 글로벌 기준으로 준비하면 선택지가 훨씬 넓어진다.
또한 국내에서는 특정 도메인 지식과 AI 역량의 결합이 아직 공급이 적은 영역이다. 의료 AI 규제 이해, 법률 AI 평가, 금융 모델 설명가능성 등 도메인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AI 역량을 추가했을 때 차별화가 뚜렷해진다. 단순 기술 직군으로만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
방향이 잡혔다면 막연하게 공부를 시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 목표 포지션 공고 10개를 지금 수집한다: 링크드인, 원티드, 잡플래닛에서 관심 직종 공고 10개를 찾아 요구 스킬과 경험을 텍스트로 정리한다. 반복되는 키워드가 학습 우선순위다.
- 90일 내 완성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정의한다: 완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고에서 요구하는 스킬 중 하나를 실제로 쓰는 결과물이면 충분하다. GitHub에 공개된 저장소로 남기는 것이 목표다.
- 현재 이력서에서 ‘AI’ 관련 경험을 전부 찾아 수치화한다: 자동화한 것, 데이터를 다룬 것, 모델 출력을 사용한 것 모두 해당된다. 없으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만든다.
- 타깃 기업 한 곳의 채용 공고를 6개월간 추적한다: 어떤 포지션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지, 요구 조건이 어떻게 바뀌는지 패턴을 파악하면 준비 방향이 명확해진다.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흘러가는 방향이 달라졌다. 그 방향을 일찍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에게 기회가 열린다. 누스쿨 멘토링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이 직종으로의 전환을 경험한 멘토들과 지금 준비 중인 멘티들이 함께하고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거나 자신의 경력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누스쿨 멘토링을 통해 실제 현장 경험을 가진 멘토와 대화를 시작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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