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용 공고가 늘고 있다는 뉴스는 자주 보인다. 그런데 정작 “AI 인재가 넘쳐난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공통된 어려움이 있다. 공고는 올라가는데 적합한 지원자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현상이 단순한 수급 불일치에서 끝날 이야기인지, 아니면 지금 커리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채용 공고가 느는데 왜 지원자는 줄어드는가
표면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역설처럼 보인다. AI 관련 직무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면 지원자도 덩달아 늘어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업들이 원하는 AI 인재의 기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그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의 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AI 직무는 단순히 파이썬을 다루거나 머신러닝 개념을 아는 수준에서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LLM 파인튜닝, RAG 설계, AI 보안, 데이터 파이프라인 운영처럼 2~3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직무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교육 커리큘럼이 이를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사이의 간격이 유독 AI 분야에서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기존 AI 인재들이 이미 시장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증된 경력자들은 공개 채용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헤드헌터를 통하거나 네트워크로 이미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공개 채용 공고에는 자리가 남아있고, 검증된 지원자는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경로로 움직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어떤 역량이 실제로 부족한가
막연히 “AI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부족한 역량의 윤곽이 보인다.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격차가 생긴다.
- 기술 적용 역량: 이론적 AI 지식은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 문제에 이를 적용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 사이드 프로젝트, 인턴십, 현업 협업 경험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
- 도메인 결합 역량: AI 기술 자체는 알지만 특정 산업(헬스케어, 금융, 제조, 법률 등)에 대한 이해 없이는 현장 배치가 어렵다. 도메인 지식과 AI를 동시에 갖춘 인재는 극소수다.
- 커뮤니케이션 역량: 기술적 결과를 비기술 직군(경영진, 기획팀, 영업)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 이 역량은 구직자 스스로도 잘 준비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두드러진다면, 지금 당장 완성된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채용 시장에서 눈에 띌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완벽한 스택을 갖춰야만 기회가 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격차가 왜 기회인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통상적으로 공급 부족 쪽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AI 인재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원자가 적다는 것은 경쟁이 덜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채용 기업이 기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할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은 “완성된 AI 엔지니어”보다 “AI를 배울 의지와 기본기가 있는 사람”을 선발해 내부에서 키우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흐름이다. 인재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비용이 높아질수록 내부 육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 흐름 속에서는 완성도보다 잠재력과 학습 속도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또한 AI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 내에는 기술팀 외에도 기획, 운영, 마케팅, 교육 등 다양한 직군에서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 존재한다. 이 포지션들은 AI 개발자가 아니어도 접근할 수 있다. AI 도구를 실무에 적용한 경험, AI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운영해본 경험만으로도 차별화가 된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
기회가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어디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지금 커리어를 바꾸거나 AI 분야로 진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다음 순서를 참고할 수 있다.
- 현재 직무와 AI의 접점 찾기: AI 직군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에 AI 도구를 실질적으로 써보는 것이 먼저다. 마케터라면 콘텐츠 자동화나 데이터 분석 도구를 써보고, 운영직이라면 반복 업무 자동화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이력서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 AI 프로젝트 하나 완성하기: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ChatGPT API나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작은 도구를 하나 만들어보거나, 사내 업무 개선 제안을 AI로 구현해보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가 생긴다.
- 특정 도메인 + AI 결합을 명확히 설정하기: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법률 문서 요약, 교육 콘텐츠 자동화 등 자신이 아는 분야와 AI를 연결하면 경쟁 범위가 좁아진다. 넓은 시장에서 싸우는 것보다 특정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 커뮤니티에서 공개적으로 배우기: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배운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거나,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든다. 블로그, 커뮤니티 참여, 작은 발표 경험이 누적되면 가시성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공부 먼저, 프로젝트 나중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공부와 적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람이 실제 현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한다. AI 학습은 튜토리얼을 완주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적용하면서 막히고, 막힌 걸 해결하면서 진짜 역량이 쌓인다.
이미 현업에 있다면: 내부에서 먼저 드러내라
이직이나 전직을 고민하기 전에, 지금 있는 자리에서 AI 관련 역할을 먼저 확보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많은 기업이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주도적으로 실행할 인력이 내부에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이미 회사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내부 인재가 AI를 배워 이를 제안하면, 외부 채용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접근이 가능하다. 팀 내 반복 업무 하나를 AI 도구로 자동화해서 결과를 보여주거나, AI 관련 사내 스터디를 제안하거나, 외부에서 배운 내용을 팀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이 사람이 AI에 관심 있고 실제로 해본다”는 신호를 조직 안에서 만들어낸다. 포지션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는 것, 그게 내부에서 기회를 잡는 방식이다.
물론 모든 조직이 이 전략에 반응하지는 않는다. AI 전환에 진지하지 않은 곳이라면 이런 시도가 묻히거나 외면당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외부 이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게 맞다. 현재 조직의 AI 수용 태도를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커리어 전략의 일부다.
시간이 지나면 이 기회는 좁아진다
인재 부족 현상은 영구적이지 않다. 대학 커리큘럼이 바뀌고, 부트캠프와 단기 과정이 늘어나고, 기업 내 AI 교육 프로그램이 확산되면 공급 측면도 서서히 따라온다. 수요와 공급의 간격이 지금처럼 벌어져 있는 시기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이 시기가 특별한 이유는 시장이 아직 “잠재력”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충분히 확보된 이후에는 완성도 기준이 다시 올라간다. “AI 공부 중입니다”라는 말이 먹히는 시점과 그렇지 않은 시점이 다르다. 지금은 전자에 가깝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 준비되면 해야지”라는 생각이 습관이 된다면, 기회가 열려 있는 시기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완벽히 준비된 후에 시작하는 사람보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이 결국 더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 전환이나 AI 분야 진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혼자 방향을 잡기보다 실제로 이 과정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게 효율적이다. 누스쿨 커뮤니티에서는 AI 커리어 전환, 데이터 직무 이직, 비전공자의 AI 진입 경로를 직접 경험한 멘토들과 연결될 수 있다. 막막한 지점이 있다면 먼저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으로도 방향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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