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꼴찌 4수생, 대학이 전부인 줄 알았다

[자서전] 꼴찌 4수생, 대학이 전부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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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친구가 좋았다. 그게 내 학창 시절의 전부였다. 초, 중, 고 내내 나는 지독하게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갈 일이 있어도 공부를 하러 간 게 아니라, 그냥 거기 가는 친구들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사진: Pexels / Ron Lach

40년간 가장 좋은 성적이 평균 75점

지금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내 40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성적이 평균 75점이다. 고등학교 때는 늘 꼴찌 구간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게 부끄럽기는커녕, 그 구간에 같이 있던 친구들과 서로 놀려대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나는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에도 자는 걸 정말 좋아했다. 수업을 안 들었으니 그 점수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었다.

친구 따라 시작한 체대 입시

그러던 고3 때, 갑자기 친구들이 대학을 간다며 안 하던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던 그 친구들은 체대 입시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별생각 없이 그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결과는 뻔했다. 성적도, 운동 실력도 좋지 않았다. 둘 다 재능이 없었던 거다. 그때의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몰랐다.

재수, 삼수, 사수 — 떨어질수록 높아진 목표

수능의 쓴맛은 생각보다 더 썼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대에서도 떨어질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그때부터 괜한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된 도전은 이랬다.

  • 재수를 했다. 점수가 올랐다. 그러자 목표가 수도권이 아니라 서울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역시 또 떨어졌다.
  • 삼수를 했다. 이번엔 서울권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목표가 올라갔다. 그리고 또 떨어졌다.
  • 사수를 했다. 또 점수가 올랐다. 결국 목표는 서울대가 됐다.

지금 와서 보면 우습기도 하다. 떨어질 때마다 목표는 오히려 더 높아져만 갔다. 점수가 조금 오르면 그만큼 또 욕심을 냈다. 나는 그게 도전인 줄 알았다.

입대 통지서, 그리고 휴식처가 된 군대

그렇게 4수를 하며 수능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2주 뒤에 군대로 입대하라는 통지서가 도착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동시에, 한편으로는 도망칠 수 있는 구멍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묘한 느낌도 들었다. 끝없이 떨어지기만 하던 그 굴레에서 잠시 벗어날 핑계가 생긴 셈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 군대 생활은 나에게 오히려 휴식처였다. 그때의 나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길고 긴 4수의 시간과 군대라는 쉼표가, 결국 나를 다른 방향으로 데려가는 시작점이었다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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