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하고 불성실했던 시절, 그리고 책임감을 배우기까지

무책임하고 불성실했던 시절, 그리고 책임감을 배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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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득, 고2 겨울방학에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체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운동할 공간이 필요했다. 같이 입시 체육을 하기로 한 친구가 소개해 준 자리였다. 업무는 정말 단순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헬스장 청소를 하고 월 10만 원을 받는 일. 당시 최저 시급이 2,000원이던 시절이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사진: Pexels / Kenneth Surillo

일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1.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흩어진 원판을 제자리에 놓는다.
  2. 샤워실에 샴푸를 채우고, 사용된 타올을 세탁기 앞에 모아 둔다. (빨래는 다른 업체가 처리)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하고 10만 원을 받으면 됐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헬스장 기구를 공짜로 쓰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를 소개해 준 친구는 그 헬스장에서 약 2년을 일했고, 열여덟에 이미 헬스 트레이너 명함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나도 저 친구처럼 트레이너 경력까지 챙겨야지’ 하고 의지를 불태우며 청소 일을 시작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잘렸다

첫 일주일은 무리 없이 잘 해냈던 것 같다. 틈틈이 기구로 운동도 했다. 문제는 2주 차부터였다. 친구들이 좋았던 나는 즉흥적으로 놀자는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아침에 청소하고 운동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점심·저녁에 친구들이 모여 놀면 그 자리에 나도 꼭 끼어 있었다. 놀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저녁 청소 시간에 지각이 잦아졌다.

3주 차에는 매일 늦었고, 4주 차에는 사장님이 아무 말 없이 직접 청소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한 달 치 일한 급여를 주시며 다시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한 달도 못 채우고 잘렸다.

당시엔 자괴감조차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이 운동도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종목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다만 거슬리는 건 사장님의 눈빛이었다.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 눈빛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내 이미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 순간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불성실해서 알바에서 잘린 애’였다. 소개해 준 친구는 오히려 기대도 안 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냥 “잘 좀 하지 그랬어~” 하고 말았다. 그 반응을 통해 그동안 내 이미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부끄러울 만큼, 나에겐 책임감도 성실함도 없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대학교 학생 식당 설거지, 동네 호프집 서빙, 로드숍 판매직, 편의점 ATM 현금 수송 회사 등등. 중간중간 자기계발을 위해 잠시 쉰 적은 있어도, 생활비를 위해 꾸준히 일했다. 그 경험들은 책임감과 성실함의 중요성을 점진적으로 깨우치게 해 줬다.

책임을 회피하다 보면 결국 나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는 게 무서워서 성실해졌다. 무책임과 불성실로 인한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점점 무엇이든 책임을 지고 성실히 임하게 됐고,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때 그 트레이너 친구는 지금

아참, 열여덟에 헬스 트레이너 명함을 가졌던 그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냐고? 그 친구는 서른이 되기도 전에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어릴 적부터 책임감과 성실함을 몸에 익혀 온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나는 그 친구 옆에서 배울 점을 슬쩍슬쩍 훔쳐보고 있다.

처음이라 버티기가 힘든가

처음이라 너무 힘들고 버티기가 벅찬가? 그렇다면 온 힘을 다해 버티지는 마라. 그만두어도 좋다. 대신 그만둔 뒤의 후폭풍은 견뎌 내라. 그리고 다시 도전해라. 이 과정을 반복해라.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책임감과 성실함의 ‘체력’이 점진적으로 길러진다.

무리해서 버티는 순간,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다. 그러니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 해라. 무책임하고 불성실했던 그 시절의 나도,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적당히 반복하면서 조금씩 사람이 되어 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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